건축과 미술, 그 서로에 대한 욕망 (Interview with SPACE, Oc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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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 할 포스터 지음 | 김정혜 옮김 | 현실문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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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얼굴이 되어버린 스타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책은 그들의 스펙터클한 건축들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해 간다. 미술과 건축 비평가인 할 포스터는 이 책에서 협업과 경쟁의 형태로 만나온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해부하며 정치·경제적 가치와 만난 건축이 생산하는 광경에 대해 성찰한다. 이번 인터뷰는 저자와의 학문적·사상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번역을 맡은 김정혜와 진행하였다.

박성진(박): 원서가 출판된 시점은 지난 2011년이다. 3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개인적, 사회적 당위성은 무엇이었나?

김정혜(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연재가 먼저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10월 원서가 출판되었다. 사실 번역서 제안은 원서 출판 전에 이루어졌지만 번역의 완성도를 기하면서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책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전 세계 스타 건축가들이 가장 뜨거운 마켓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이 중동, 중국 그리고 한국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의 접근논리와 문화적 배경을 너무 모른다. 무작정 스타 건축가를 예찬하고 수입해 올 게 아니라 그들 작업의 정치적 함의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들의 정치·사회·경제적 접근논리와 정치적 함의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박:
미술사와 건축사를 전공한 당신의 배경에서 저자와의 학문적, 사상적 공감대가 엿보인다. 하지만 학문적 견해를 세부로 끌고 왔을 때, 역자로서 저자의 견해와 충돌하거나 갈등하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김:
나는 사실 학문적으로 할 포스터를 그림자처럼 쫓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가 두바이, 중국,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이를 모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로지 서양의 주류 서사 안에서만 건축과 미술과의 관계를 풀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현대미술사, 특히 서구 중심의 엘리트주의에서 내용들이 전개된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는 학문 이전에 저자의 문화적 배경 때문일 수도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스타 건축가들의 건축이 다른 문화권에서 일으키는 갈등과 균열을 그가 모르진 않을 것이다.

박:
 
미술과 건축의 태생적 유대성을 바탕으로 단선화된 서사 구조를 갖는 일반적 서적들에 비해 이 책은 ‘콤플렉스’라는 자극적 어휘를 앞세워 문화로서 두 학문의 격돌과 갈등, 그리고 서로에 관한 욕망을 다층적으로 다루는 듯했다. 그 제목에서 치열한 싸움을 책 안에서 기대했는데 실상 내용은 미술과 건축이 적당히 공을 주고 받는 느낌이다.

김:
우리가 ‘콤플렉스’를 심리학 용어로 우선 받아들이니 충돌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 책에서 ‘콤플렉스’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층위를 오가며 의미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복합체’로 할까도 고민했었다. 그리고 미술과 건축 사이의 치열한 격돌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아마 이 책이 형식분석에 치중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한국 건축계는 이 형식분석의 측면이 매우 약한 것 같다. 부제인 ‘스펙터클’은 국내 도시경관의 현상을 비판적으로 투영해 한국 출판사가 붙인 부제이다.

박:
서론에서 최근에는 건축이 이론을 앞세우기보다 미술과의 친연성을 보여주는 작가/작품들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말을 동시대 한국 건축에 대입시켜도 맞는 말일까?

김:
솔직히 국내 상황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한 현상이기에 어느 정도는 적용될 것 같다. 해외에서 형태실험에 집중하는 그렉 린도 같은 경우다. 2008년 MoMA에서 열렸던 <디자인과 유연한 정신>전 중에 형태실험 건축가들의 전시가 있었는데 이 또한 거의 미니멀과 추상, 리서치 베이스의 미술가들과 거의 구분이 어려웠다. 알고리즘 기반으로 형태실험을 해오고 있는 건축가 아란다\래쉬 팀은 패션 혹은 아트 분야에서 움직이며 뉴욕의 갤러리와 패션 마켓을 중심으로 작품이 거래된다. [관련글 참고]

박:
이 책에서는 건축과 교섭하는 주요 미술 사조로 팝과 미니멀리즘이 등장한다. 이 중 한국 건축계는 유난히 미니멀리즘에 대해선 호의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스타일화’ 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 의미와 내재된 문맥 없이 스타일화되는 ‘미니멀’의 한국적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김:
나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 독자층을 건축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오히려 패션, 시각디자인, 그리고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산업디자인을 포함해서 디자인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멀’을 건축에 국한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상황은 그것이 하나의 문화적 기호일 수 있고, 소비 성향이기 때문에 비판하기보다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는 용어에 대한 잘못된 사용과 소비를 지적하고 싶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적 등등에 대한 명확한 용어와 개념이 있는데 이런 서로 다른 개념의 층위들을 모두 제거하고 ‘미니멀 디자인’이라는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만 남아 버렸다. 용어 자체까지 그렇게 소비되는 현상은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더 풍부한 의미와 담론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박:
본문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약간 낯선 단어가 등장한다. ‘시민적’이라는 표현이다. 이 말이 건축과 미술에 있어 대중적, 혹은 공공적 이라는 개념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시민적 건축이란 무엇인가?

김:
처음부터 이것을 무엇으로 번역할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보통 시민사회라면 프랑스혁명 이후 ‘civil society’를 말하는데, 최근에는 ‘civil’과 구분되는 뜻으로 ‘civ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다. 대중성의 대중은 명확히 소비사회에서 소비자 개념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고, 공공성은 권력 주체를 감안했을 때 공간 점유에 있어 수동적 성격이 존재한다. 할 포스터는 사회의 권력관계에 대한 큰 프레임을 갖고 있는데,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시민이 가지는 주체적인 권리를 이야기하기에 ‘시민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사회에 공공건축은 많지만 시민적 건축의 표본은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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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혜는 홍익대학교 미술사 석사, 보스턴대학교 건축사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UCL 바틀렛에서 건축사/이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도시 공간에서의 건축디자인과 미술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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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간> (2014. 9) — Book & Talk 바로가기
Originally published in SPACE No. 563 (October 2014) — Book &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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