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Hall: In the Memory of Production

뮤직 홀: 20세기 생산의 추억

20세기 후반 후기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과거 산업사회의 수많은 건축물들이 도시의 폐허로 남겨져 왔다. 1920-30년대에 쉼 없이 가동되던 중소규모의 공장들이 폐업하면서 버려진 뉴욕의 로프트를 1960년대에 미술가들이 값싸게 임대하면서 대형 설치를 주로 하는 미니멀리즘 미술이 등장하였고 그 일대는 지금의 소호가 되었다. 산업시대 폐허에 대한 관심은 그 후로도 계속되고 있는데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문화소비시대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전용되고 있다.

산업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토리노 링고토의 피아트 자동차 공장(1923)은 독특하게 자동차 트랙을 건물의 최상층부에 마련한 건물로, 스피드에 대한 근대인들의 꿈을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었다. 1982년 노후한 공장을 폐쇄한 후 이 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손을 거쳐 현재 콘서트홀과 컨벤션 센터, 호텔 등을 갖춘 21세기형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링코토 피아트 자동차 테스트 트랙

링코토 피아트 자동차 테스트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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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링코토 피아트 자동차 공장, 콘서트홀
디자인: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

무엇보다 공간의 구획이 없이 탁 트인 공장 건물이나 수조 타워, 곡물 저장 탱크, 물류 창고 같은 건물은 많은 청중을 수용하는 공연장으로 제격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베들레헴 제철소는 19세기부터 1995년 공장이 파산하기 전까지 미국의 각종 고층빌딩과 다리 건설(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등)의 기간산업으로 위세를 떨쳤던 곳이다. 21세기 초입에 결국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2007년부터 건물 전용 계획에 착수하여 2011년에 아츠퀘스트(ArtsQuest)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츠퀘스트는 450명을 수용하는 공연장과 최첨단 설비를 갖춘 영화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역동적인 퍼포먼스 위주의 문화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건축적으로는 옛 공장 건물의 구조를 밝은 오렌지 컬러로 오히려 강조함으로써 과거 미국 건설업의 근간이었던 베들레헴의 명성을 재확인시켜준다. 이와 흡사한 사례로는 덴마크 엘시노레의 조선소를 개조한 문화지식센터인 컬쳐야드(The Culture Yard)를 꼽을 수 있다. 디자이너는 조선소 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외부를 기하학적인 유리 구조로 덧씌우는 방식을 택하여 실내 곳곳에서 건물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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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퀘스트, 전 펜실베니아 베들레헴 철강 공장
디자인: 스필만 파머 아키텍츠

덴마크 엘시노레 컬쳐야드 디자인: 아아트 아키텍트

덴마크 엘시노레 컬쳐야드
디자인: 아아트 아키텍트

한편, 19세기 농가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헛간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다. 덴마크의 슬로트펠트 반(Slotfelt Barn)은 붉은 벽돌과 짚으로 엮은 지붕, 목재로 된 곡면 골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기술력으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향상시켰고 실내의 바닥에는 그 지역에서 나온 자갈을 깔아 독특한 지역색이 더해진 공간감을 연출했다. 특히 둥근 지붕의 구조가 어쿠스틱 공연에 알맞은 사운드 효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어 무엇보다도 음악 공연에 적합한 공간이다.

슬로트펠트 반 문화공간(뮤직홀, 퍼포먼스, 전시) 디자인: 프락시스 아키텍츠

슬로트펠트 반 문화공간(뮤직홀, 퍼포먼스, 전시)
디자인: 프락시스 아키텍츠

이벤트 공간이 반드시 넓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 첼시의 더 나이트 헤론(The Night Heron)은 20세기 초부터 사용되던 수조 타워를 라운지 바로 개조한 경우로, 열 두 명이 들어서면 실내가 가득 찰 정도로 좁은, 말 그대로의 물통이다. 재즈 연주에 사용되는 커다란 콘트라베이스가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갔을지 의아할 정도로 비좁기 때문에 더욱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좌석이 제한적인 만큼 초대장으로 사용되는 회중시계를 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 게스트는 입장할 때 시계를 매니저에게 건네주고, 다시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으면 나갈 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시계를 구입하면 된다.

뉴욕 첼시, 더 나이트 헤론, 전 수조 타워 디자인: AND아키텍츠

뉴욕 첼시, 더 나이트 헤론, 전 수조 타워
디자인: AND아키텍츠

브루클린에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뮤직 홀들이 있지만 특히 많은 예술인들이 밀집해 있는 윌리엄스버그에 최근 들어 특별히 주목 받는 콘서트 장소가 한 곳 있다. 과거 톱밥 처리 공장 및 수족관 자갈 제조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이 공연장에는 한번에 70명의 뮤지션과 스탠딩 오디언스 3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이동식 스테이지까지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건축 사무소 뷰로 V(Bureau V)와 어쿠스틱 엔지니어링 분야의 선두 주자인 아럽(Arup) 사가 협력하여 음악 공연에 완벽한 구조를 구현했다 하니 테크닉 면에서는 가히 최고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오리지널 뮤직 워크숍’이라는 이 곳의 비영리 프로그램은 애초에 윌리엄스버그 지역의 뮤지션들에게 리허설과 레코딩 공간을 제공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었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뮤직홀 디자인: 뷰로 V & 아럽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뮤직홀
디자인: 뷰로 V & 아럽

산업시대의 유물만 탈바꿈하는 것은 아니다. 1773년에 지어진 런던의 세인트 루크 교회는 현재 음악 공연과 교육 전용 공간으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LSO(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세인트 루크’가 되었다. 교회와 음악은 본래부터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 음악이 신성과 의례를 위해 존재했다면 이제는 레저와 엔터네인먼트로서의 음악, 그리고 그 공간을 소비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 분명하다.

김정혜 Jeong Hye Kim

Summer 2013, Magazine A (Hyu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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