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Destinations of Public Libraries

공공도서관의 변신과 새로운 운명

해외 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마다 누구나 한 번쯤 들러서 기념 촬영을 하는 장소가 있는데 이런 곳을 흔히 관광명소라고 부른다. 과거의 화려했던 역사와 파워를 자랑하는 궁이나 교회, 사찰 같은 종교적 건축물이 대부분 여기에 포함된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경우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중요한 명소로 꼽히는데, 특별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전시도 관람하고 차 한잔을 마시며 쉬었다가 근사한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는 종합적인 문화 쉼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공공도서관이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면서 지역 차원에서 명소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더불어 도서관 건축이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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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 쿨하스, 시애틀 공공도서관, 2004

도서관 건축물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면서 명소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디자인 한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부터이다. 2004년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렘 쿨하스 하면 떠오르는 기하학적 사선의 3차원적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건물의 외관을 감싼 유리와 철재가 만들어내는 사선의 패턴이 건물 전체의 기하학적 구조로 확장되면서 평면과 입체적 구조 사이에 디자인적 일체를 이루었고, 특히 독특한 각도의 사선 구조는 건물 내부에 이색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이 공간에 대해서는 ‘혁신적’이라는 시각과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공간을 경험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도서관(Libraries for All)’이라는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기획 의도가 얼마나 잘 반영되었는지를 감상포인트로 잡아도 좋을 것이다.

미국 동부로 건너오면 대학의 도시 보스턴, 정확히 하버드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캠브리지 시의 시립도서관을 주목해볼 만하다. 2009년 가을에 신축 건물을 오픈한 이 도서관은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윌리엄 론(William Rawn) 건축회사에서 설계를 맡았다. 19세기 벽돌 건물을 개축하면서 건축가는 내부 곳곳에 고건축의 흔적을 보존하고 현대적인 컬러감과 공존하도록 배려했다. 특별히 과장되지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입방체 유리 건물도 우아미가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도서관의 살아 있는 프로그램이 이 곳을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 만들었다. 부모님과 책 읽는 아이들, 무선 인터넷으로 각자의 일을 하는 사람들, 미팅 공간에 모인 다양한 커뮤니티 그룹들이 밤낮으로 도서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근래에 가장 주목할 만한 도서관 건축물로는 워싱턴 DC 두 곳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바쁘게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는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가 이 두 건물의 디자인을 맡았다. 워싱턴 DC 남서부에 위치한 벨레부 도서관(The Bellevue)은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미지를 추구한 반면 번화한 도심에 위치한 남동부의 프란시스 A. 그레고리 도서관(The Francis A. Gregory)에서는 고요하고 안정된 느낌을 강조했다. “공공 건물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영감을 주고, 그저 존재할 수 있는 공간 […] 그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건축가의 신념대로 이들 도서관은 누구나 앉아 생각하고 읽고 ‘그저 존재할 수 있는(just to exist)’ 장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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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론 어소시에이츠,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시립도서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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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아자예 어소시에이츠, 프란시스 A. 그레고리 도서관, 워싱턴 DC, 2012

최근에는 도서관을 보다 본격적인 공공의 휴게와 레저 공간으로 기획하기도 하는데, 근래에 디자인이 확정된 호주 시드니의 ‘그린 스퀘어 라이브러리 앤 플라자’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도서관을 닫힌 학습의 공간이 아니라 일과 놀이가 한데 어우러지는 사회적 공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건축 공모에서 선정된 스튜어트 홀렌스타인과 콜린 스튜어트(Stewart Hollenstein & Colin Stewawrt)의 디자인은 이러한 미래 도서관의 비전을 반영하듯, 지하에 자리한 도서관과 바깥 공원을 탁 트인 천정을 통해 연결시켜 내외부가 하나의 경관을 이루도록 기획하였다. 2017년에 완공되면 그린스퀘어는 누구나 꼭 한 번 방문해 볼 만한 시드니의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독서와 학자들의 연구 공간으로 100여 년 간 제 기능을 다 해왔던 뉴욕 공공도서관의 운명은 조금 달라 보인다. 19세기 말 프랑스 보자르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21세기 스타일로 개축 디자인을 맡게 되었는데, 디자이너는 두 개의 분관을 폐관하고 주도서관 7개 층에 비치된 도서를 새로운 서고(말 그대로 저장고)로 이동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시민을 위한 서비스 공간이라는 명목 하에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을 포기하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

최초의 근대 도서관으로 알려진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왕족들만 접근할 수 있었던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면서,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에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역사의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공공도서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 평등하고 민주적인 지식의 추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 기획되거나 개축되는 공공도서관을 볼 때 아름다운 디자인이나 개방적 서비스와 더불어 그 도서관에서 어떠한 지적 문화가 일어나는지를 함께 생각한다면 한결 더 풍부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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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라브루스트(Henri Labrouste), 프랑스국립도서관, 파리, 19세기

김정혜 Jeong Hye Kim
Spring 2013, Magazine A (Hyundai)

On the renovation of the New York Public Library, refer to “Still Here”, Metropolis Magazine by Mark Lamster and “In Renderings for a Library Landmark, Stacks of Questions, the New York Times.
On Henri Rabrouste’s exhibition at the MoMA, refer to “A Poetry Grounded in Gravity and Air”,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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