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AA: Minimalism of Transparency

“우리의 목표는 콘크리트 구조 속에 투명성을 이루는 것입니다”


오가사와라 미술관, 나가노현, 1999
Photo: Takashi Okamoto, Courtesy of SANAA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축물 가운데에는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유리로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이음매 없이 마감한 디자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인 듀오 SANAA는 이러한 투명하고 단순한 공간 미학을 이끄는 21세기의 대표적인 건축 디자이너팀이다1987년 카즈요 세지마(Kazuyo Sejima)의 건축사무소에 류에 니시자와(Ryue Nishizawa)가 합류하면서 협업을 시작한 듀오는 1995년에 SANAA라는 이름으로 공동 건축사무소를 열게 되는데, 초기에는 주로 일본 국내 건축에만 주력하다가 2000년 이후 미국과 유럽 각지의 미술관과 교육 기관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이른바 글로벌 명사 건축가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에는 하이야트 재단에서 매년 최고의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의 건축가 듀오로 인정받았다.SANAA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깨끗하고 투명한 단순미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투명하고 단순한 형태가 성냥갑 모양의 근대 건축을 이어받았다고 보기에는 다소 주저되는 부분이 있다. 20세기 근대 디자인의 대부인 미스 반 데 로에는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less is more)’라고 말하며, 건물의 형태는 기능에 의해 결정되고 그 외의 장식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절대 기능중심주의를 내세웠다. 이는 장식은 범죄라는 아돌프 루스(19세기말-20세기 초 건축가)의 말처럼, 근대 디자인의 금욕적 이상주의를 말해준다. 이렇게 근대 디자인의 단순미는 기능을 정직하게 반영한 데서 기인한 데 비해, SANAA의 투명한 단순 형태는 기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구조를 감추거나 사라지게 하는 편에 가깝다. 또한 근대 건축에서는 산업용 철근과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한 데 반해 SANAA는 유리와 목재 등 가볍고 일상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한다. 이렇듯SANAA의 디자인은 근대 디자인의 모토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와 여러가지로 어긋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SANAA의 건축을 주저 없이 미니멀하다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 시대 미니멀의 의미가 변화하고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21세기 현대미술관, 가나자와현, 2004
Photo: Takashi Okamoto, Courtesy of SANAA

SANAA의 건축에서 투명성과 단순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는 벽 전체를 둘러싼 대형 유리이다. 유리란 투명성 그 자체이며 안과 밖을 하나로 이어주는 소재로, 20세기 중반 이후 자연을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건축가들이 많이 애용해왔다. 일본 나가노 현에 위치한 오가사와라 미술관(1999)은 용융 유리로 입힌 곡면 건물 전체를 가로로 길게 펼쳐 높다란 기둥 위에 앉힌 건축 디자인으로, SANAA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5년 뒤, SANAA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가나자와 현의 21세기 현대미술관(2004)에서는 원형의 미술관 벽면 전체를 유리로 처리하여 실내와 실외를 하나로 통합하고 사방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이루어냈다. 미술관 안에 설치된 레안드로 에를리히(Leandro Erlich)의 작품 은 연출된 ‘물’을 사이에 두고 아래층과 위층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 할 수 있도록 하여, 투명한 공간의 연결 효과를 극대화해 준다. 이렇게 유리는 건물이라는 인공 환경과 외부의 자연환경을 잇는 투명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를 최소화(minimize)한다. 다시 말해 건물의 물질성은 최소화되고 대신 ‘공간’과 그 안팎에 머무는 ‘사람들의 경험’이 전면으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21세기 현대미술관, 레안드로 에를리히의 작품 <수영장>
Photo: Takashi Okamoto, Courtesy of SANAA

또한 SANAA는 건물의 내부를 산이나 구릉처럼 만들어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무엇보다 이라는 인위적인 구조물로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대신 바닥과 천정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스위스 로잔느에 위치한 EPFL 로렉스 교육센터(2009)의 경우 도서관, 식당, 전시관, 사무 공간을 모두 한 층에 펼치고, 바닥면을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 편과 저 편의 공간으로 분리되게 하였다. 마치 이 산을 넘어 옆 마을로 가듯이. 언덕에 놓인 돌과 나무가 각기 다른 요소이되 하나의 자연이듯, 바닥이 벽이 되고 벽이 바닥이 되는 자연화 된통합 공간이다.

EPFL 로렉스 교육센터, 스위스 로잔느, 2009
Photo: Takashi Okamoto, Courtesy of SANAA

실내와 실외를 하나의 우주로 보여준 또 다른 예로도쿄의 전통 가옥 지구인 간토에 자리한 모리야마 하우스(2005)를 들 수 있다주어진 대지 안에 10개의 블록 구조를 마치 레고처럼 배치한일종의 수평으로 펼친 집합주택이다큰 블록은 여러 시설을 갖춘 집작은 블록은 별채 형태의 방이며각각의 블록은 독립된 사적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이웃한 블록과 편안하게 연결되는 독특한 공간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무엇보다 블록과 블록 사이의 야외 공간을 단순한 통로가 아닌 정원으로 재탄생시켜/방이라는 실내와 통로/정원이라는 실외를 매끄럽게 통합시킨다.

모리야마 하우스, 도쿄 간토, 2005


크리스천 디오르 매장, 도쿄 오모테산도, 2003
Photo: Takashi Okamoto, Courtesy of SANAA

SANAA
기존의 건물을 보완하고 특정 장소 안에서 하나의 흐름을 이어가는 단순한 큐브 형태의 건물을 짓고 싶다고 말한다.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은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아닌 지역 분위기에 스며드는 디자인을 의미하고, 큐브를 지향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공간 활용도가 높은 경제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 도심 건물 사이에 블록처럼 끼워진 뉴뮤지엄 오브 컨템포러리 아트(2007)와 도쿄 오모테산도의 디오르 매장(2003)은 공공 건물을 풍경 속의 산(mountains in the landscape)’이라 여기는 SANAA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주어진 장소
, 주어진 맥락 안에서 민주적인 공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 그것은 최소한의 짓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최대한의 조화를 이루는 최적점을 찾는 일이다.

김정혜 Jeong Hye Kim
Originally published in Hyundai Magazine A, Summ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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